유발 하라리 인터뷰: 인간은 잉여가 된다

유발 하라리 인터뷰: 인간은 잉여가 된다 #취미번역

원문: https://www.wired.com/2017/02/yuval-harari-tech-is-the-new-religion/

인류는 기아, 질병, 전쟁을 줄이는 데 눈부신 성공을 이뤘다(의외일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암 진단에서 교통체증 해결까지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우리가 새로운 유형의 초인(superhuman)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새 책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멋진 일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도구들에 더욱 의존하면서 불필요한(irrelevant)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따라 정해질 수도 있다. WIRED는 하라리 교수와 다가오는 매트릭스 속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하라리 교수는 매년 떠나는 45일간의 IT기기 없는 안거에 들었다.

WIRED: 책에서 당신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두 종교의 출현을 예측했는데?

하라리: 기술-인본주의(techno-humanism)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하는 것이 목적으로, 사이보그를 만들거나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등의 일을 한다. 이는 여전히 인간의 흥미와 욕구를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데이터주의(dataism)는 새로운 윤리체계이다. "맞다, 인간은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였다. 이제까지는 우주에서 가장 세련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당신의 느낌, 감정, 선택, 욕망을 당신보다 더 잘 이해하는 외부 알고리즘이 나타났을 때가 티핑 포인트이다. 그때 인간의 강화에서 인간의 정리해고로 가는 전환이 일어난다.

WIRED: 어떻게 그렇게 되나?

하라리: 구글 지도나 웨이즈(* Waze: 이스라엘 웨이즈 모바일에서 만든 사용자 참여형 내비게이션 앱)를 보라. 이 앱들은 일견에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해준다. 더 빠르고 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주도권을 알고리즘에 양도하고, 스스로 길 찾는 능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WIRED: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라리: 우리는 덜 중요해지고, 아마 불필요해질 것이다. 인본주의 시대에는 경험의 가치가 우리 내부에서 나왔다. 데이터주의 시대에는, 외부의 데이터 처리 시스템에서 의미가 발생한다. 일식당에 가서 멋진 식사를 했다면, 다음에 할 일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좋아요'를 얼마나 많이 받는지 보는 것이다.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경험은 데이터 처리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고, 따라서 의미가 없다.


WIRED: 데이터주의의 출현은 정치적 문제가 될까?

하라리: 20세기 정치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비전 사이의 전쟁터였다. 그 비전들은 산업혁명에 뿌리박혀 있었고, 근본적인 질문은 전기, 열차, 라디오 같은 신기술로 뭘 할 것이냐였다. 레닌이나 히틀러 같은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들을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정치인도 아무 비전이 없다. 테크놀로지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치 시스템이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WIRED: 누가 테크놀로지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하라리: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폭넓은 비전을 들려주는 유일한 곳이 실리콘 밸리이다. 즉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들이다. 이에 대항할 비전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치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WIRED: IT기업들이 우리의 새 지배자, 또는 신이 되는 것인가?

하라리: 신이나 종교라는 것이 결국 권위의 문제다. 인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권위의 원천이 무엇인가? 1천 년 전에는 교회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이 답을 주기를 바란다. 누구와 데이트할지, 어디에 살지, 재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등. 따라서 점차 이러한 IT기업들로 권위가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WIRED: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라리: 가장 심플한 답은 '노'다. 접속을 끊기가 극도로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센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를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암세포가 퍼지기 시작하는 첫날 알림을 받아보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내줄 것이다. 언젠가는 연결을 끊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WIRED: 희망을 걸 곳은 있는가?

하라리: 희망적인 구석은 많다. 20~30년 내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던 사람 수천만 명이 지금의 그 어떤 사람이 받는 것보다 뛰어난 수준의 AI 의료 서비스에 휴대폰으로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극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다.

WIRED: 휴.. 그럼 파국은 없는 건가?

하라리: 인류는 위험한 신기술의 시련에 맞서는 능력을 역사 속에서 증명했다. 50년대와 60년대에는 많은 사람이 냉전의 종말은 핵 재앙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전쟁이 피할 수 없는 인간 본성으로 보였던 수천 년이 지난 끝에, 우리는 국제 정치가 돌아가는 방식을 바꾸어냈다. AI나 유전자 엔지니어링 같은 테크놀로지에도 우리는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수를 저지를 여유는 없다.

by 뱀  | 2017/03/15 16:31 | 일상 | 트랙백 | 덧글(0)

최근에 읽은 책 정리 ::160619::

토요일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일요일 오전은 요리, 오후는 책으로 시간을 보냈다. 최근 읽은 책들의 감상을 간단히 정리.

1. 로버트 단턴 -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메스머리즘에 대해 얘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알아볼 기회는 없던 차에, 제대로 다룬 책이 눈에 띄어서 사봤다. 원문이 1968년에 출간된 탓인지 아니면 번역 탓인지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메스머리즘이 프랑스 혁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그 전모는 대략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인간 본래의 주술적 사고방식이 당대의 합리성·과학에 대한 열광과 결합해서 어떤 묘한 괴물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 정작 메스머 본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는 점이 아쉽다.

2. 기울리아 엔더스 - 매력적인 장腸 여행

1990년생의 젊은 여성 의학자가 들려주는 소화관 전반에 대한 브리핑. 사실 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기분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샀는데, 소화과정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다종다양한 독일식(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드립을 견뎌내야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무튼 읽기는 편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스키마를 형성하기에 좋은 입문 교재 같은 책이다.

장내 생태계 관리는 마치 뱃속의 정원을 가꾸는 원예와 같다. 항생제로 선한 박테리아와 악한 박테리아를 가리지 않고 불태워버릴 것이 아니라, 좋은 나무(=유익균)를 잘 심고 물을 주며 그 나무들이 자라서 바람직한 생태계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너무 많지만 않다면 나쁜 박테리아 역시 면역체계 트레이닝에 도움을 준다. 요점은 유익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를 소화관에 넣어주는 것이다. 식품으로 따지면 양파와 파, 마늘, 우엉,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식이섬유소다.

이 책의 메시지는 "우리는 뇌 이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형이상학적 정신에 대한 논의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장은 강력하고 복잡한 신경망을 지니고 있으며 체내 99% 이상의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대규모 생태계이다. 세로토닌을 비롯한 20종의 호르몬이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 생태계는 실제로 비만, 입맛, 알러지, 우울증 등등에 관여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정보수집 기관이자 면역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요컨대 뇌와 심장 못지않게 장 역시 우리 존재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의미다.

3. 수전 그린필드 - 마인드 체인지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바뀌는가를 다루려 했지만, 학술적 엄밀함을 지키려 애쓴 끝에 결론 없이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흘러흘러 가다가 좋은 말씀으로 끝나버리는 책. 안 읽어도 된다.

4. 미첼 스티븐스 -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

앞부분 4분의 1 정도를 읽었는데 책을 다 읽어버린 느낌이라서 더 읽지 않았다. 저널리즘은 최종적으로 100% 퓨어 인사이트 노동이 되겠지만, 아마 기존 언론이 대안책을 찾아서 실천하기보다는 권위를 잃고 폭삭 무너지는 쪽이 더 빠를 것 같다.

5. 조윤호 - 나쁜 뉴스의 나라

한국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읽어두면 좋다. 풍부한 사례가 장점이다. 그런데 업계인이 아니면 별로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6. 다니엘 튜더 -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1년 전에 나온 책이라 조금 때가 늦었지만 아직도 읽을 만하다. 한국에는 더 많은 제 1세계인의 멀쩡한 시각이 필요하다.

7. 전중환 - 본성이 답이다

내 세계관에서 진화심리학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관련 서적을 읽고 트렌드에 따라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일은 늘 기분이 좋다. 특히 이 책은 주장에 동의하는지와 별개로 모든 문장이 명쾌하고 읽기에도 즐겁다. 합리적이고 소탈한 저자의 인간성이 전해져온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해설은 특히 재미있다. 소주제를 근거로 한 다른 책 소개가 많아서 입문서로서도 충실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별로 읽을 생각 없었는데, 전중환 교수가 꼭 읽으라고 써뒀으니 아무래도 읽어야 할 것 같다.

8. 올리버 색스 -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가 작고하기 전에 쓴 네 편의 글을 묶은 책이다. 이 작은 책이 주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통찰은 깊다. 김명남 씨의 번역도 유려하다. 특히 이 문장이 좋았다.

"우리가 다 사라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어떤 사람이라도 그와 같은 사람은 둘이 없는 법이다.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유전적, 신경학적―운명이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by 뱀  | 2016/06/19 19:00 | 사적인 독서노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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