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버지와 계룡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새로 떠오르는 시뻘건 해를 보고 왔다. 해 보러 올라가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올라가는 길은 어둡고 미끄러운 데다 가파르고 꼭대기는 말도 못하게 추웠다. 내려오는 길엔 무릎에 한 군데 멍이 들었다. 앞에 가는 어느 20대 후반 남성의 벨소리가 마크로스 프론티어 OST더라. 과연 세상은 넓고 오덕은 많군...

 2008년에는 잘한 일도 있었고 운 좋은 일도 있었으며 찌질한 짓도 했다. 돌이켜 보니 나름대로 다사다난. 소띠해가 다시 돌아왔는데 내가 소띠니까 이제 만 스물넷이다. 볼프강 보르헤르트는 어린 나이에 나치스에 징병됐다가 전쟁을 반대하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풀려나서, 지금 내 나이 때부터 스물여섯 살까지 2년간 병상에서 독문학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쓴 뒤 요절했다. 나도 2009년은 좀더 치열하고 마음에 남을 수 있는 해가 되도록, 하루하루 싸워나가는 기분으로 살아야겠다.

 아. 그리고 오늘부로 담배를 끊었다.

by 뱀  | 2009/01/01 15:34 | 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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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위래 at 2009/01/05 17:0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담배를 끊은 것은 아주 좋은 일이죠.
Commented by 뱀  at 2009/01/06 11:21
넹 아주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왠지 이별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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